시간이 잠깐 나서 뉴스를 조금 보고 있는데, 흥미로운 기사가 보이네요.
<MBC기자 121명 대국민사죄 "참담하고 부끄럽다"(미디어오늘 기사)>
MBC기자들이 대국민 사과를 했다는 내용입니다. 사과문은 세월호 관련 보도에서 실종자 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했다는 내용의 반성과 앞으로 언론 본연의 모습을 찾겠다는 다짐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요. 저는 그렇게 진정성이 있는 발표라고 느끼질 못합니다.
그동안 MBC가 일관되게 정권에 아부하는 태도로 뉴스를 내보내고 있을 때,
세월호 관련 왜곡보도로 국민들과 세월호 유족들을 모욕하는 뉴스를 내보내고 있을 때에도
권력 가진 이들의 손과발로써 움직이며 활동하던 분들이 이제서야 사과운운하는 것에 양치기소년을 떠올리는게 무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이번 세월호 관련 보도에서 MBC와 KBS는 국민의 신뢰를 잃었습니다.
피해자들을 우롱하고 모욕하는 한결같은 태도의 보도를 해오는 바람에 사람들은 관련 영상이나 자료들을 MBC와 KBS가 아닌 JTBC같은 방송국에 제공을 했습니다. 덕분에 MBC는 종편 방송국인 JTBC와 뉴스시청률 경쟁을 해야 할 정도로 시청률 하락을 겪기도 했구요.
그들이 지금까지 보여온 일관된 행동들로 인해 사람들의 신뢰를 잃게 된 것은 자업자득입니다.
지금까지 방송사 권력가진 이들을 위해 하수인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던 분들이 이제와 가슴을 치며 반성해봤자 이미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엔 어렵지 않을까요.
다른이들은 어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전 이번 MBC기자들의 사과문 발표는 시청률 하락과 대외적 이미지 하락으로 인해 위기감을 느낀 그들의 [충격상쇄용 아이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가슴을 치며 반성한다는 그들의 말에 일말의 진정성도 느끼지 못합니다.
MBC기자들과 방송국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싶다면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들 스스로 사과문에서 이야기했듯이 언론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기자정신과 양심에 어긋나지 않는 공정한 보도를 하면 될 일입니다. MBC가 언론 본연의 모습을 찾게 된다면 따로 자신들을 믿어달라 말하지 않더라도 국민의 신뢰는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다음은 사과문의 전문입니다.
**<참담하고 부끄럽습니다>**
지난주 MBC 뉴스데스크는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모욕하고 비난했습니다. 세월호 취재를
진두지휘해온 전국부장이 직접 기사를 썼고, 보도국장이 최종 판단해 방송이 나갔습니다.
이 보도는 실종자 가족들이 ‘해양수산부장관과 해경청장을 압박’하고 ‘총리에게 물을 끼얹고’
‘청와대로 행진’을 했다면서, ‘잠수부를 죽음으로 떠민 조급증’이 아니냐고 따졌습니다.
심지어 왜 중국인들처럼 ‘애국적 구호’를 외치지 않는지, 또 일본인처럼
슬픔을 ‘속마음 깊이 감추’지 않는지를 탓하기까지 했습니다.
국가의 무책임으로 자식을 잃은 부모를 위로하지는 못할망정, 그들을 훈계하면서 조급한
비애국적 세력인 것처럼 몰아갔습니다.
비이성적, 비상식적인 것은 물론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는 보도였습니다.
한마디로 ‘보도 참사‘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참사’를 막지 못한 책임,
저희 MBC 기자들에게 있습니다. 가슴을 치며 머리 숙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해경의 초동 대처와 수색, 그리고 재난 대응체계와 위기관리 시스템 등 정부 책임과
관련한 보도에 있어, MBC는 그 어느 방송보다 소홀했습니다. 정몽준 의원 아들의 ‘막말’과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 등 실종자 가족들을 향한 가학 행위도 유독 MBC 뉴스에선
볼 수 없었습니다. 또 유족과 실종자 가족을 찾아간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는
빠짐없이 충실하게 보도한 반면, 현장 상황은 누락하거나 왜곡했습니다.
결국 정부에 대한 비판은 축소됐고, 권력은 감시의 대상이 아닌 보호의 대상이 됐습니다.
더구나 MBC는 이번 참사에서 보도의 기본 원칙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습니다.
신뢰할 수 없는 정부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기’ 한 결과, ‘학생 전원 구조’라는
오보를 냈는가 하면, ‘구조인력 7백 명’ ‘함정 239척’ ‘최대 투입’ 등 실제 수색 상황과는
동떨어진 보도를 습관처럼 이어갔습니다. 실종자 가족에게 더 큰 고통을 준 것은 물론,
국민들에겐 큰 혼란과 불신을 안겨줬으며, 긴급한 구조상황에서 혼선을 일으키는데도
일조하고 말았습니다. 이점 희생자 가족과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
해직과 정직, 업무 배제와 같은 폭압적 상황 속에서 MBC 뉴스는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습니다. 사실을 신성시하는 저널리즘의 기본부터 다시 바로잡겠습니다.
재난 보도의 준칙도 마련해 다시 이런 ‘보도 참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MBC가 언론 본연의 모습을 되찾을 수 있도록 끈질기게 맞설 것이며, 무엇보다 기자 정신과 양심만큼은 결코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MBC 기자회 소속 30기 이하 기자 121명 일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