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LOL 2014시즌 월드챔피언십의 본선-예선이 진행중인데,
어제 마지막 경기였던 나진실드와 c9의 경기가 무척 재미있는 경기였다.
경기의 내용은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조합을 가진 실드가 초반에 득점을 하면서 차이를 벌려나가게 되자, c9은 정면으로 맞붙지 않고 기동성이 좋은 챔프인 니달리와 탈론을 이용하여 백도어플레이를 하면서 위협적인 오브젝트 사냥을 하게 된다.
전형적인 '전력이 약하기 때문에 전투에서는 지더라도 전쟁에서는 이기는 방법'이라고 볼 수 있었는데, 이 니달리 탈론이 백도어로 실드의 약한곳을 찌르는 동안 실드의 주요 전력을 나머지 3명의 선수가 수비하는 형태인 1-3-1, 혹은 2-3 운영을 통해 재미를 톡톡히 볼 수 있었다.
다만, 전체적인 전력의 우위인 실드가 중요한 오브젝트인 바론을 놓치지 않고 획득하고, 이동성 좋은 챔프인 카사딘을 중심으로 니달리, 탈론의 백도어를 본진에서 효과적으로 막아내면서(고생은 많이 했지만) 마지막 교전에 가장 잘 성장한 제드의 낚시플레이로 승기를 잡고 경기를 마무리 지을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c9의 스플릿 운영에 휘둘리는 실드를 비난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잘 성장한 제드를 가지고 있으면서 뭐하느냐, 같이 1-3-1을 하라는 식으로.
난 생각이 다른 편이다. 어제 실드가 보여준 모습이 아슬아슬한 순간이 있긴 했지만, 변수를 줄이고 승리하는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혹자의 이야기처럼 같이 1-3-1을 했다고 한다면 당시 원딜인 c9의 코르키와 실드의 루시안이 보여주는 딜 역량 차이 때문에 3-3의 싸움에서 계속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본다.
1-3-1의 운영은 3이 수비를 잘 해내면서 기동성 좋은 다른 챔프들로 오브젝트와 라인관리를 해내는 점인데, 실드의 3 조합은 어제 경기에서 기세상 c9의 3을 당해내기가 쉽지 않았으며, 3-3한타가 일어날시 폭발적인 딜링을 할 수 있는 코르키에 비해 루시안의 딜 역량은 부족해 보였기 때문에(파일럿인 제파선수의 컨디션도 안 좋아 보였다) 실드가 1-3-1운영으로 맞상대하지 않고, 4명의 주전력과 1명의 수비전력으로 전력을 양분하고 꾸준히 다수 vs 다수의 한타를 유도하면서 바론같은 오브젝트 관리에서 밀리지 않았던 점이 좋은 선택이었다고 본다.
스플릿하는 챔프의 경우 팀의 상황이 안 좋기 때문에, 혹은 자신의 성장이 안 좋기 때문에 죽어도 상관없어라는 자세로 무리한 공격을 하다 상대에게 끊기는 경우가 있을 수 밖에 없으며, 어제 초반에 좋은 성장을 보여주지 못한 카사딘이 상대의 니달리, 탈론의 스플릿을 막으며 때때로 두 챔프를 끊어먹는 플레이를 통해 초반의 부진을 만회할 성장의 기반을 가질 수 있었던 점도 주지의 사실이다.
무엇보다 외국의 큰 무대, 중요한 경기의 부담감을 가지고 평소와는 다른 생소한 상대와의 경기를 하는 것이고 긴 일정에서 경기력에 영향을 줄 만한 다른 요인들-예컨대, 건강상의 문제같은-에 대해서 외부에서는 알기 힘든 상태이며, 게임내의 전략 선택의 경우 다양한 전략중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조롱과 비아냥을 쏟아내는 것은 몰지각한 일이 아닐까.
열렬히 비난을 토해내는 혹자들은 한국팀들이 외국팀과의 경쟁에서 압도적인 격차를 보이며 상대를 학살하기를 바랄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한국이 lol에서 최고의 국가로 인정받기 시작한것은 이제 겨우 2년정도가 되었을 뿐이며,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외국팀의 선수들 또한 각자의 리그에서 최고의 기량을 가지고 있는 선수들이다. 다만 한국처럼 많은 강팀들과 치열한 경쟁을 치르는 정도가 적어서 운영면에서 부족함이 있어 보일 수 있으나, 피지컬적인 부분에서 한국선수들과는 큰 차이는 없다고 보인다. 한국처럼 정교한 운영을 경험한 적이 별로 없어서 운영적인 면에서 부족하다지만, 현재 리그가 진행된 2주간의 많은 경기들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할 기회도 될 것이고, 기본적인 피지컬이 부족하지 않은지라 초반에 좋은 흐름을 타면 아무리 한국팀이라도 버거워할 흐름의 경기가 나오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닐까?
결국 나진실드의 신승으로 끝난 어제 경기후에도 불리한 상황에서 챔프의 성향을 잘 활용한 스플릿푸쉬로 경기를 아슬아슬한 상황으로 몰고 갔던 c9의 운영을 칭찬하기보다는 상대의 좋은 운영에 휘둘렸다며, 자신이 생각하는 해법인 1-3-1을 같이 하지 않았다며 실드를 비난하기만 하는 이들은 국가간 대결에 나올만한 프로게이머들의 수준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나라가 아닌 타 지역을 대표하는 선수들인 저들에 대해 너무 오만한 것이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