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에 들었던 한국정치론 수업에서 한국은 유난히 경쟁의 문이 좁고 그 정도가 심한 국가라는 말을 많이 들었었다. 그 시절엔 그냥 그렇구나. 사람들이 뭔가에 교육되어서(언론등에) 인생의 가치를 평가하는 척도가 다양하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라고 생각했었는데, 요즘엔 생각이 조금 달라지고 있다. 한국인의 국민성이 그 수준일 뿐이라고.

  한국인들은 매력있는 민족이다. 이슈가 있을 때 뭉쳐서 무언가를 해내는 힘은 단연 전세계에서 탑이 아닐까. 국가부도사태라는 IMF를 몇년만에 극복해버리고, 월드컵이 열리면 누가 강제로 시키지도 않는데도 자발적으로 길거리에 700만명이 나와서 응원하는 나라. 인내심이 강하고 끈기가 있으며 손재주가 뛰어난 사람들.

  이런 매력들의 근원이 어디일지에 대해 생각해보다가 태생적으로 강한 경쟁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하고 생각해보게 되었다.

  인터넷에서 많이 사용하는 말 중에 엄친아라는 말이 있다. 엄마 친구 아들. 주위에 다른 잘 나가는(?) 사람들고 비교되고 그것에 열등감을 느껴야 하는 평범한 집 아들들의 애환이 담긴 말이라고 할까. 그런데 모든 집 아들들이 엄친아가 되어야만 하는걸까. 

 
  우리나라처럼 한동네에 교회가 많은 곳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한국 개신교만의 특징이고, 극성스러운 부분이다. 그런데 교회만 그런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처럼 식당이, 노래방이, 게임방이 난립해 있는 곳이 없다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같은 경우는 건물주가 주위에 미용실이 있다면 자신의 건물에 미용실이 들어오는 걸 거부하고, 음식점이 있다면 같은 종류의 음식점이 들어오는 걸 막는다고 한다. 상권에 대한 존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경우는 다르다. 노래방이 인기를 끌기 시작할 무렵엔 동네에 노래방들이 득시글하게 되고, 게임방이 인기를 끌자 게임방들이 우후죽숙으로 생겨나서 서로 경쟁하고 함께 망해버렸다. 한 때는 각 건물마다 하나씩 찜닭집이 들어섰다가 나중엔 그 찜닭들이 한꺼번에 치킨집으로 바뀌기도 한다. 남 혼자만 잘 되는 꼴을 못 보고 같이 뛰어들어 같이 망하고 같이 죽는 길을 가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고, 생업의 터전으로 살고 있는 이 커뮤니티, 공동체에서 함께 어울려 공존하기 위한 배려보다는 경쟁에서 승리하고 부유해져서 소위 잘나가는 엄친아가 되는 것이 더 소중한 삶의 가치이기 때문에 이런 모습들이 자연스러워지고, 당연하게 생각되어지고,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지. 

  공동체 의식의 결여. 이것이 한국인이 가진 주목할만한 특징이 아닐까.

  어떤 예능프로그램의 출연자가 자주 외치는 구호. '나만 아니면 돼'가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고 느껴지는게, 나 역시도 한국인이고 한국사회에서 살고 있기 때문인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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